
최태원이 던진 질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왜 자꾸 충돌하는가
민주주의는 사람을 한 표씩 동등하게 보고, 자본주의는 자산과 협상력의 차이를 허용해요. 두 체제는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일하는 시간과 물려받는 부의 규칙을 정할 때 충돌해요.
최태원은 왜 두 바퀴를 꺼냈을까요
2026년 7월, 제주 신라호텔에 기업인 약 500명이 모였어요. 제49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은 한국 경제의 성장 해법을 찾는 자리였어요. 이곳에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두 바퀴에 비유했어요.
성장이 돼야 분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가 보기에 지금 덜 돌아가는 바퀴는 자본주의 쪽이에요. 주 52시간제는 기업과 근로자가 필요한 만큼 일할 선택을 막고, 상속세는 기업이 더 커질 동기를 낮춘다는 것이 그의 문제의식이에요. 성장할 기업에 상을 주기보다 규제와 세금부터 떠올리는 사회가 됐다는 지적이에요.
이 발언을 민주주의가 틀렸다는 선언으로 읽을 필요는 없어요. 최 회장은 두 체제 가운데 하나를 버리자고 말한 것이 아니라 성장의 속도를 늦춘다고 보는 규칙을 다시 설계하자고 요구했어요. 그래서 더 중요한 질문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가운데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에요. 두 체제가 만나는 경계선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그을 것인지가 핵심이에요.
같은 사람은 시민이면서 근로자예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원래 반대말이 아니에요. 민주주의는 누가 사회의 규칙을 정하는지를 다루는 정치 제도예요. 자본주의는 재산을 소유하고 물건과 노동을 거래하는 경제 질서에 가까워요. 하나는 의사결정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를 움직이는 방식이에요.
투표소에서는 재산이 많든 적든 한 사람에게 한 표가 주어져요. 시장에서는 결과가 달라요. 가진 자산과 기술, 회사 안의 위치에 따라 벌어들이는 돈과 협상력이 달라져요. 정치에서는 동등한 시민이 회사에서는 서로 다른 힘을 가진 사용자와 근로자로 만나는 셈이에요.
재산과 관계없이 시민의 정치적 목소리를 동등하게 다뤄요.
자산과 기술, 협상력의 차이가 경제적 결과에 반영돼요.
노동과 세금, 상속의 경계를 누가 정할지를 두고 부딪혀요.
긴장은 이 차이가 서로의 영역을 넘어갈 때 커져요. 경제력이 큰 사람은 더 많은 정보와 전문가, 정책 결정자에게 접근할 수 있어요. 반대로 다수 유권자는 세금과 노동법을 통해 시장에서 생긴 차이를 줄이라고 요구할 수 있어요. 국제통화기금의 정치경제학 연구가 민주주의와 재분배를 함께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자본주의는 민주주의가 정한 법과 재산권 보호가 있어야 안정적으로 돌아가요. 민주주의 역시 일자리와 세금을 만들어낼 경제가 필요해요. 둘은 서로의 적이 아니라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도 계속 조건을 협상하는 관계예요.
주 52시간제는 자유의 뜻을 묻고 있어요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 기본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정하고 있어요. 당사자가 합의하면 12시간까지 연장할 수 있어요. 흔히 말하는 주 52시간제는 40시간만 일하라는 뜻이 아니라 기본 40시간과 연장 12시간을 합친 상한이에요.
최 회장은 여기서 근로자의 선택을 강조했어요. “근로자가 더 하겠다면 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에요. 연구개발처럼 한동안 집중해서 일해야 성과가 나는 분야에서 획일적인 상한이 기업의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논리예요.
근로자의 자유는 더 일할 자유만으로 완성되지 않아요. 더 일하지 않겠다고 말해도 평가와 승진, 계약 연장에 불이익이 없어야 해요. 회사와 근로자의 힘이 비슷하지 않다면 겉으로 같은 동의서도 사람마다 다른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한국의 노동시간이 이미 짧은 편도 아니에요. OECD는 2023년 또는 최신 자료를 기준으로 한국 취업자의 연간 실제 노동시간이 회원국 평균보다 약 200시간 길다고 설명했어요. 다만 국가마다 집계 방식과 취업 형태가 달라 이 숫자를 정밀한 순위처럼 읽어서는 안 돼요.
따라서 필요한 것은 자유냐 규제냐를 고르는 일이 아니에요. 어떤 업무에 예외가 필요한지, 근로자가 거절할 수 있는지, 추가 노동에 충분한 보상과 휴식이 따르는지를 함께 정해야 해요. 시장의 선택이 실제 선택으로 작동하도록 조건을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가 할 일이에요.
상속세는 재산권과 출발선을 함께 건드려요
2026년 7월 현재 상속세 법정 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10%부터 50%까지예요. 공제를 뺀 과세표준이 30억원을 넘는 구간에 50%가 적용돼요. 최고세율 50%가 모든 상속재산에 그대로 붙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기업 쪽에서 보면 상속세는 회사의 생존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요. 창업자가 가진 주식을 자녀가 물려받을 때 세금을 낼 현금이 부족하면 주식을 팔거나 회사 자산을 움직여야 할 수 있어요. 최 회장이 상속세를 성장의 장애물로 꺼낸 배경에는 기업을 이어갈 유인과 경영권을 지켜야 한다는 걱정이 있어요.
시민의 눈으로 보면 다른 장면이 보여요. 누군가는 부모에게서 집과 주식, 회사를 물려받고 다른 누군가는 빚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워요. 재산을 물려줄 자유가 세대를 거쳐 경제력과 영향력을 굳히면 한 사람 한 표라는 정치적 평등도 약해질 수 있어요.
회사를 계속 운영할 수 있는 시간과 납부 방식이 필요해요.
큰 부가 세대를 건너 경제력과 영향력을 굳히지 않는지 살펴요.
재산을 남긴 사람보다 각자가 실제로 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볼 수 있어요.
공제를 반영한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달라져요.
OECD도 상속세가 기회의 평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면서 부작용이 없는 만능 세금이라고 말하지는 않아요. 작은 상속은 보호하고, 기업승계에는 납부 기간을 주며, 재산을 남긴 사람의 전체 유산보다 각 상속인이 실제로 받은 금액을 중심으로 과세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해요.
상속세 논쟁의 좋은 질문은 세율을 무조건 올릴지 내릴지가 아니에요. 공장을 운영하는 주식과 투자용 자산을 어떻게 구분할지, 적은 상속과 큰 상속의 경계를 어디에 둘지, 세금을 피할 구멍은 어떻게 막을지를 묻는 편이 더 생산적이에요.
성장과 분배는 서로의 차례를 기다려주지 않아요
최 회장의 말에는 분명 맞는 부분이 있어요. 기업이 투자하고 생산을 늘려야 일자리가 생기고, 정부가 복지와 교육에 쓸 세금도 늘어날 수 있어요. 경제가 계속 줄어드는데 분배만 오래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성장의 열매가 어디로 가는지는 성장률 숫자만으로 정해지지 않아요. 회사가 번 돈을 임금, 투자, 협력업체 대금, 주주 몫으로 어떻게 나누는지에 따라 생활의 변화가 달라져요. 경쟁이 약해 한 기업이 이익을 오래 독점하거나 자산 가격만 오른다면 경제는 성장해도 많은 사람은 나아졌다고 느끼기 어려워요.
분배도 성장 뒤에 붙는 영수증만은 아니에요. 교육과 의료, 쉴 수 있는 시간, 다시 도전할 안전망은 사람들이 더 오래 일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게 만드는 기반이 될 수 있어요. 공정한 경쟁과 믿을 수 있는 규칙은 기업이 장기 투자를 결정할 때도 중요해요.
최 회장 자신이 2022년 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협의회를 출범시키며 기업의 역할을 환경, 협력사 상생, 지역사회 문제 해결까지 넓힌 점도 눈여겨볼 만해요. 기업도 이익만 내면 사회적 신뢰가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어요.
성장과 분배는 어느 한쪽이 끝난 뒤 다른 쪽이 시작되는 순서가 아니에요. 성장 과정에서 기회와 보상을 함께 설계해야 다음 성장에 필요한 신뢰와 능력이 쌓여요. 그래서 두 바퀴가 함께 돌려면 속도뿐 아니라 힘이 어디로 전달되는지도 봐야 해요.
두 바퀴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대예요
최태원의 두 바퀴 비유는 한국 경제가 성장의 힘을 잃고 있다는 재계의 불안을 선명하게 보여줬어요. 동시에 그 비유는 누가 방향과 속도를 정하는지까지는 말해주지 않아요.
- 더 일할 자유를 말할 때 더 일하지 않을 자유도 보장되는가
- 기업승계를 돕더라도 큰 부가 세대를 건너 굳어지는 문제를 막을 수 있는가
- 성장한 기업의 이익이 근로자와 협력업체, 다음 투자로 이어지는가
- 규칙을 바꾸는 과정에서 비용을 부담할 사람의 목소리도 들리는가
민주주의는 자본주의를 멈추는 브레이크만이 아니에요. 시장이 사회의 신뢰를 잃지 않고 오래 달리도록 방향과 안전선을 정하는 운전대에 가까워요. 자본주의도 민주주의가 나눌 자원을 만드는 엔진이에요.
두 체제가 자꾸 충돌하는 이유는 어느 한쪽이 고장 났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같은 사람이 시민이자 근로자이고, 소비자이자 재산의 주인이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다퉈야 할 것은 체제의 승패가 아니라 자유와 보호, 성장과 기회 사이에 어떤 규칙을 세울지예요.
자주 묻는 질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서로 반대되는 체제인가요?
아니에요. 민주주의는 정치적 의사결정 방식이고 자본주의는 재산과 시장을 운영하는 경제 질서예요. 함께 작동하지만 경제적 차이가 정치적 영향력이나 생활 조건의 차이로 이어질 때 긴장이 생겨요.
주 52시간제는 근로자의 선택을 전혀 인정하지 않나요?
현행 법도 기본 40시간에 당사자 합의로 연장 12시간을 허용해요. 지금 논쟁은 52시간을 넘어서는 예외가 필요한지와 그때 근로자의 거부권, 보상, 휴식을 어떻게 지킬지에 가까워요.
상속세 최고세율 50%가 모든 재산에 적용되나요?
아니에요. 50%는 공제를 반영한 과세표준 중 30억원을 넘는 구간의 법정 세율이에요. 실제 부담은 공제, 재산 구성, 납부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성장을 먼저 하고 나중에 분배하면 안 되나요?
성장은 일자리와 세금의 기반을 만들 수 있어요. 다만 성장의 이익이 임금, 투자, 교육과 기회로 이어지는 방식은 성장 과정의 규칙에 달려 있어서 두 문제를 완전히 떼기 어려워요.